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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조각들

뚱날술 2013. 9. 2. 17:11
명예의 조각들 명예의 조각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Lois McMaster Bujold), 김창규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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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조각들---제목이 가져오는 파급이 크다. 내가 마치 그 조각들을 손으로 쥐고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명예란 결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그런 것이 떠오른다. 마치 잡을 수 없는 그것을 좇아 수많은 시간을 달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생각된다.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모태가 된 명예의 조각들은 출간되기까지 긴 인내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고 소개되어있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은 언젠가 빛을 보게 되듯 이 책도 올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부모인 아랄보르코시건과 코델리아 네이스미스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인 약 1,000년 후 30세기, 우주를 점령한 인간들은 수많은 항성을 배경으로 서로의 것을 뺏고 빼앗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어쩐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내게 준다.

처음, 이야기는 코델리아가 이끌었던 부대가 바라야 반란군에 의해 기습을 받은 후 행성을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해 낙오된 코델리아가 바라야 함대의 지휘관인 아랄의 포로가 되면서 속도를 낸다. 아랄 역시 자국의 음모에 의해 부대에서 낙오된 상태였고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코델리아와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난관을 극복해 나가면서 서로에 대해 적으로가 아닌 동료로서의 신뢰를 쌓게 된다. 이 둘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쟁으로 인해 적으로 만나 그 만남 속에서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면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하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스토리는 표지의 그림을 통해 잘 드러난다.

양국 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이념, 지구가 아닌 우주란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설정이 SF적이다. 언뜻 보기엔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우주 ,항성, 플라즈마, 파괴총이런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라는 설정이 다소 복잡한 상상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낡아빠져서, 더 이상은 쓸 수가 없어서 아니 살아갈 수가 없어서 인간이 새로운 땅인 우주를 개척했지만 그곳에서도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음에 안타깝다. 단지 무대만 바뀌었을 뿐 배우는 작가가 그리고 의도한 그대로 어디서든 똑같은 역할을 맡은 훌륭한 배우들임에 틀림이 없다. 작가는 탄탄한 스토리와 그에 걸맞은 주인공들의 활약을 우리가 상상한 것을 초월해서 극장 안에서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나는 혹 냄새가 SF의 것이 아닌가 우려했다. 사실 난 지독히도 공상과학소설을 싫어한다. 매우. ? 아직은 만나지 못한 상황이라 받아들이기 싫고 지금의 이 지구가 살아가는 형태가 더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우려는 뒤로하고 책장을 넘겼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주인공들의 앞날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마지막 장을 만났을 땐 허탈함 그리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SF소설이라 재미없을 거란 부정적인 생각을 엎고 상당히 재밌는, 사랑스런, 인간적인, 그리고 권력에 물들지 않은, 진정 이 시대가 필요한 정치인을 아랄을 통해 만난 것 같아 기뻤다. SF소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독자들에게 안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에서 유독 눈을 뗄 수 없었던, 기억하고픈 구절을 소개하겠다.

제 생각에...저는 그에게서 저를 봤어요. 혹은 저와 같은 사람을요. 우리는 같은 걸 추구하고 있어요. 그걸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서로 다른 곳에서 찾고 있지만요. 아랄은 그걸 명예라고 불러요. 저는 그걸 신의 은총이라고 부르고요. 보통은 둘 다 빈손으로 돌아오고요.”

명예이기도 하고 신의 은총이기도 한 보통은 둘 다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두 사람이 추구하는 명예로운 삶에 다시 한 번 깊은 감동을 느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